행안부 바카라 베팅님, 대통령 공약을 아시나요
경찰행정학과
한기민 교수
전라남도 재향경우회장

행정안전부 장관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후보 시절 경우회를 방문했을 때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우리 경찰인들은 쌍수로 환영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이러한 공약은 물론 경찰에 대한 정책이 여러 가지로 기대를 저버리고 있어 경찰인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장관께서 이러한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국 신설과 총경급 이상의 임명제청권 등 시대착오적 안을 발표하신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구대, 지방청 직원들에게 설명을 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시키셨다고 하셨는데 장관께서 잘못 이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염려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경찰청장의 조직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장관께서 모르실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청장은 지휘책임만 남고 장관께서는 권한만 가져가겠다는 것 아닌가요? 이런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실지 심히 염려되기도 합니다.

현재 경찰청에는 주요 정책 및 경찰청장 추천 기능을 하고 있는 경찰위원회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방자치 단체에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지역민생치안 정책 및 지방청장 추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독주를 방지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위원회를 두는 것도 부족해 또다시 상부기능 성격의 경찰국을 신설하려는 의도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강화는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수사권 조정같이 이제 시작하는 제도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미숙한 점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과 국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우리 경찰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치안 능력을 가진 나라라는 것은 국민들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이처럼 경찰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에 구시대적 발상과 행안부의 불손한 의도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 출발하는 정부는 물가폭등, 코로나19, 부동산 등 민생경제로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이처럼 백해무익한 계획을 세워 추진하려는 의도가 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 국민들은 숨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민생경제는 녹록지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선거 때 표만 의식해 헛된 공약만 남발할 게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해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성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우리 경우회에서도 이러한 발상과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등 국가운영에 책임있는 당사자들의 자제력 있는 행동과 미래지향적 발상이야말로 선진국가의 초석임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