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집약체, 발(足)
작업치료학과
김은성 교수

며칠 전, 길을 걸어가는데 쨍한 햇볕이 무색하리만큼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급하게 우산을 꺼내 들었던 적이 있다. 우산으로 상의와 가방, 머리를 가까스로 사수한 채 가던 길을 멈출 수 없어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거센 비에 신발과 하의가 젖을까 옮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반면에, 맨발로 ‘쪼리’를 신은 채 빗속을 첨벙첨벙 자유롭게 걸어오는 반대편의 학생 무리가 어찌나 편해 보이던지 순간 필자도 눈앞에 보이는 신발가게에 들어갈 뻔했다.

집에 돌아와 씻으려고 보니 역시나 발이 퉁퉁 부었다. 혹여나 미끄러질까 발가락에 힘을 주고 걸었더니 통증도 느껴지는 듯하다. 여름이면 유독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모르는 사람의 발의 안부가 궁금했다. 발바닥은 괜찮은지, 발목은 괜찮은지 하고 말이다.

우리의 발은 26개의 뼈, 32개의 근육과 힘줄, 107개의 인대가 얽혀 우리 몸 전체를 지탱한다. 아무리 양쪽이 한 개씩 버티고 있다고 해도 며칠 전과 같은 폭우 속에서 헤맨 날은 발이 느끼는 하중이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우리 신체의 2% 정도에 불과한 발은 차지한 비율에 비해 나머지 98%를 지탱하는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단순히 걷기만 하더라도 체중의 1.5배에 해당하는 하중을 견디는 곳이니 중요하게 여겨야 함에도 늘 양말이나 신발에 감추어져 소홀하게 관리하기 쉽다. 또한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민감도가 낮아 행여 문제가 생겨도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이 새끼발가락 골절로 깁스를 하다 한 달여 만에 풀던 날, 자유를 외치며 평소처럼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병원을 나섰지만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 발을 땅에 딛는 것만도 통증이 수반되고 한 달 가까이 움직이지 않은 탓에 발 주변 근육이 약해져 걸음걸이도 어색함을 느꼈다며 그 작은 발가락뼈 하나가 이렇게 신경 쓰이게 할 줄은 몰랐음을 토로했다. 그만큼 우리는 발을 이루는 뼈의 크기만큼이나 관심과 관리를 하찮게 여기다 잘 맞지 않은 신발 탓에 물집이라도 잡혀야만 가끔 발을 들여다본다. 작은 물집 하나, 그 작은 뼛조각에 금이라도 가면 발 건강이 나빠져 걷는 자세가 이상해지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다른 관절이나 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체 정렬이 틀어지거나 자세 이상으로 인한 근육 통증 등의 또 다른 이상이 충분히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발 건강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발 건강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을 알아보자. 첫째,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칭한다. 그만큼 혈액순환은 필수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만으로도 발 건강은 물론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족욕이 어렵다면 발을 씻을 때 따뜻한 물을 계속 뿌려주는 것도 좋다. 오래 서 있었거나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걸은 날은 베개를 쌓거나 벽에 올려두는 식으로 발을 심장보다 높게 두고 10~15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해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둘째, 발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자. 작은 근육들로 이루어진 발은 피로를 쉽게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발바닥 아치 부분이나 발가락 사이의 근육을 집중적으로 눌러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여의치 않으면 골프공이나 단단한 페트병을 발바닥에 두고 발을 돌리는 방식으로 마사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팔 근육만큼 발 근육 강화도 중요하다. 발을 지탱하는 근육이 탄탄하면 바른 자세 유지뿐만 아니라 피로나 충격에도 발을 보호할 수 있다. 발가락만으로 바닥의 수건을 집어 옮기기, 발가락 오므렸다 펴기, 까치발로 서고 내리기를 반복하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여름철 발가락 사이에 끈 하나만으로 지탱하는 일명 ‘쪼리’ 형태의 신발이나 꽉 끼는 신발, 앞부분이 뾰족한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로 미리 발 건강 챙겨 보는 것은 어떨까. 얕보다 큰코다칠 수 있는 우리 신체 중 하나가 바로 ‘발(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