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치료학과
김은성 교수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한숨 섞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긴 딸 아이의 문제로 여간 고민이 깊은 게 아니었다. 평소 집에서 유독 위험하고(높은 곳에 올라가 뛰기, 소파 가장자리에 올라 위태롭게 걷기 등) 과한 활동(지치지 않고 숨을 헐떡일 때까지 뛰기, 20분 이상 낮잠 자기 어려움, 소리를 지르거나 장난감을 내리치는 행동 등)을 보이긴 했지만 유치원에서의 생활은 일일이 알 길이 없는 어머니는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설명한 알림장과 담임선생님의 연락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유치원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며 활동을 거부하거나 주변 친구를 꼬집고 때리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며 소위 친구들 사이에서 ‘꺼리는 아이’가 내 아이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적 증상이라면 그 원인을 빨리 파악해 해결해 줌으로써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차단할 수 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 또래 아이들은 다 그렇다.’ 혹은 ‘이 정도 문제도 없으면 어디 그게 아이냐, 어른이지?’하며 문제 직면을 피하거나 오히려 문제 제기한 사람을 호들갑스럽다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실 이런 경우는 아이의 문제 행동보다도, 부모의 안일한 대처와 문제 인식으로 치료가 더 더디고 힘들다.
최근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분노조절장애’ 등 행동·정서상의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필자의 지인들도 “수업 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 수업 진행이 어렵다”며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상호규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학생들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이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도 익숙해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일부의 경우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되어서도 증상이 남게 된다.
흔히 학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ADHD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과거 유아기의 행태를 참고해 봐야 하는데, 학교에서 문제가 두드러진 대부분의 아이들이 유아기 때부터 일상적인 행동이나 습관에서 특이점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잠을 아주 적게 자거나 자더라도 자주 깨며, 떼를 많이 쓰고 투정을 부리고 안절부절 못하거나, 과도하게 손가락을 빨거나 머리를 박고 몸을 앞뒤로 흔드는 행동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물론, 이런 단적인 예로만 무조건 의심할 수는 없다. ADHD의 경우, 복합형, 주의력결핍 우세형, 과잉행동-충동 우세형으로 분류되므로 이에 해당하는 각각의 증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관찰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방치할 경우,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증상들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적절한 치료 개입을 권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본 내 아이의 문제가 때로는 가장 객관적일 수 있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일도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아이에 대한 보고에 ‘설마 내 아이만 그러겠어? 다른 아이들도 그렇겠지’란 생각도 금물이다.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에는 분명히 읽어야 할 신호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