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병리학과
남기석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질병에 대한 치료는 물론 진단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마치 세상이 진일보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우리의 건강 생활은 어떠할까?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1위이며 매년 약 1790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심혈관질환 사망자 수는 무려 6만 3천여 명이었다. 이러한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인 동맥경화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쌓여 혈관이 두꺼워지고, 그 안쪽 내강이 좁아지며 딱딱하게 굳으면서 혈전이 형성(경화)되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난 상태를 말한다.
현재로서는 이미 동맥경화가 있는 경우 더 진행하지 않게 하거나 사망 또는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아직 동맥경화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위험 요소를 조절하여 예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심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는 건강에 해로운 식단, 신체 활동 부족, 담배, 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요인은 개인에게 혈압 상승, 혈당 상승, 혈중 지질 상승, 과체중 및 비만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배달 음식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피자 배달 같은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 3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6%나 증가했다.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이 가능한 메뉴도 다양해 지고 있다. 삼겹살·커피·아이스크림·떡볶이·빵·초밥 등으로 확대됐다. 메뉴는 다양화되었지만 음식의 재료는 대부분 트랜스지방, 가공육, 정제된 곡물로 제한적이고 심혈관질환에 위험이 되는 요소가 주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의 활동량 감소, 운동 빈도 감소로 인해 국민 열 명 중 네 명(42.0%)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체중이 평균적으로 3.5㎏ 증가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비만율(만 19세 이상, 체질량지수 25 이상)이 38.3%로 전년보다 4.5% 증가하였는데, 이는 역대 최고의 비만율이다.
시대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는 극복이 가능한 질병이지만 심혈관 질환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심혈관질환의 하나인 심근경색은 코로나보다 무섭게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절반 정도는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 콧물이 흐를 때 진단검사를 통해 확진을 받는 코로나와는 달리 심근경색은 일단 증상이 발생하면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의 사망률은 1%냐 2%냐를 두고 사망률 통계를 낸다. 하지만 급성 심근경색은 발병 시 신속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70%에 이른다. 국가가 코로나 시대에 1~2%의 사망률과 싸움을 하였다면 코로나 이후 시대는 사망률 70%인 급성 심근경색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열어준 배달의 시대는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소를 동반하고 있다. 그렇다면 배달 음식의 메뉴를 건강한 음식으로 다양화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면 어떨까? 심혈관질환에 이로운 채소·통곡물·견과류 등이 들어간 음식을 선택해서 먹는 것이다. 치킨집에서 사이드 메뉴에 치즈볼 대신 신선한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를 추가하고, 배달 가격과 싱품 가격이 비슷한 커피 주문은 포장 주문을 이용하여 가벼운 산책을 한다면 배달비도 아끼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의료계는 의료 체계를 개선하고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기업과 우리는 건강한 메뉴를 개발하고 배달 주문 버튼 대신 포장 버튼을 터치한다면 작은 노력으로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