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겨울 산행'을 위하여
응급구조학과
정은경 교수

계절은 산의 모양을 변하게 만든다. 봄은 꽃들의 향연이, 여름은 초록색의 푸르름을, 가을은 노란 단풍과 붉은 잎으로, 겨울은 하얀 설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온통 하얀 눈밭의 탁 트인 설산을 바라본 사람은 그 광경을 잊지 못하고 또 산을 찾는다. 요즘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사회활동이 제한된 시기에 산행은 안성맞춤이다. 시원한 바람과 코끝에 스치는 차가운 공기는 내 몸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듯하다.

겨울 산행은 눈과 마음 그리고 체력증진에 큰 즐거움을 주어 감동과 여운이 크지만, 안전한 산행을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안전하고 건강한 겨울 산행을 위한 네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산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으나, 산행과 관련된 일부 행위들은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산행 중 대피소와 같은 밀폐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것은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곤돌라나 케이블카 등을 탑승하여 이동할 때도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산행 중 마스크를 벗고 장갑과 스틱과 같은 장비를 입에 넣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둘째, 겨울은 실내와 실외온도의 차이가 크고 눈, 비, 바람 등 체온을 하강시키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에 심·뇌혈관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의 변화와 낮은 기온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실제 온도가 1도가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은 1.3mmhg 정도 올라간다. 특히, 기온이 낮아진 겨울 산행을 할 때 신체의 혈관은 수축하고 혈압은 올라가게 된다. 혈액의 점성은 높아지고 혈관 내 혈액이 흐름은 느려지게 된다. 이럴 때 심장과 뇌의 혈관은 쉽게 막히기도 터지기도 한다. 겨울 산행 중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자 착용은 필수이다. 겨울 산에 갈 때는 세 가지 종류의 옷을 잘 착용해야 한다. 피부에 닿는 첫 번째 옷인 속옷은 면으로 착용하게 되면 땀을 잘 흡수하긴 하나, 땀을 배출하지 못해 젖은 상태에서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땀 흡수는 잘되고 빨리 마르는 속옷, 체온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보온 옷, 폭설과 강풍과 같은 기상이변으로 낮아진 외부 환경을 막아줄 수 있는 겉옷이 필요하다.

셋째, 겨울 산행은 다른 계절보다 많은 안전 장비를 착용한다. 손에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한 스틱을 사용하고 발에는 등산화를 신고 스패츠와 아이젠 등을 착용하기 때문에 손과 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미끄러운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흔하게 넘어지게 되고 발목과 손목의 부상이 주로 일어난다. 산행 중 낙상에 의한 골절, 염좌, 타박상 등이 발생하였다면 현장에서 RICE를 기억해야 한다. 손상을 입었을 때는 가장 먼저 119에 신고를 하고 손상 부위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휴식(Rest)을 취한다. 이후 가능하다면 손상 부위에 냉찜질(Ice)을 하고 거즈와 붕대 등을 이용하여 압박(Compression)한다. 부종이 관찰된다면 심장보다 높게 손상 부위를 올려서(Elevation) 추가적인 이차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넷째, 산행 중 응급상황 발생 시 119에 신고 위치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선 국가지점번호를 꼭 기억해야 한다. 국가지점 번호는 소방, 경찰, 산림청 등에서 서로 다르게 운영하던 지점표시체계를 통일한 번호이다. 건물이 없어 도로명이 부여되지 않는 산악, 해안가 등의 위치 정보를 한글 2자리와 숫자 8자리로 표기하여 총 10자리 번호로 부여된다. 신고자가 119에 신고할 때, 국가지점번호를 기억하고 알려준다면 소방서 상황실에서는 환자의 발생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관할 소방서의 구조대원과 구급대원은 빠르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겨울철 산행은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 준비와 주의가 각별히 요구된다. 네 가지 준수사항을 지킨다면 코로나로 팍팍해진 일상의 피로는 자연 속에 내려놓고 설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