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완의 '커피한잔'> 586들은 지금 민주당을 떠나라
신문방송학과
조경완 교수

또다시 파란색 섬으로 남게 됐다. 거리에 아파트 단지에 식당과 카페에 어두운 기운이 흐른다. 막판 대역전의 드라마를 기대했던 호남인들은 9회말 한점 차를 못잡고 진 기아타이거즈 팬들처럼 대폿집에서 홧술을 마셨다. 투수를 빨리 바꿨어야 하는데, 무사 1루때 번트작전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저마다 분석이 그럴싸 하지만 남는 건 회한 뿐이다.

지역 언론들도 안쓰러운 몸짓들이다. 통합의 정치를 바란다느니 탕평인사를 기대한다느니, 그동안 다소 노골적으로 여당후보를 응원했던 논조들에 비추어보면 내가 낯이 뜨겁다. 1할 조금 넘는 표를 준 것도 고맙다고 광주로 달려와 감사 피케팅을 하는 젊은 당대표가 되레 고맙게 느껴진다.

온갖 마이크로한 정보와 분석과 뒷얘기가 쏟아져 나온들 그건 호사가들의 입방아일 뿐이다. 정치를 잘못하면 정권을 뺏긴다는 극히 단순하고도 묵직한 원리만이 정답인 것이다. 현 정권은 몇가지 잘한 일들도 있지만 국민의 미움을 사는 정치를 거듭했다. 무얼해도 잘했다고 역성을 드는 극렬 지지자들만을 바라보았고 나머지 국민들을 하류인간 취급했다. 그러다 졌다.

그 당사자들은 586이라 불리우는 운동권 인사들이다. 나는 여기서 그들의 명단을 적을 생각은 없다. 김두관씨는 “탄핵으로 얻은 정권을 민주당이 잘해서 차지한 정권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반성했다. 또 “끼리끼리 나눠먹는 전리품 정치에,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을 내편이라는 이유로 자리에 앉혔다”고 비판했다. 그 모든 구석구석에 586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어느 유세에서 민주당 사람들을 욕하길 “끼리끼리 뭉쳐서 비밀 유지가 되는 사람끼리 이권을 나눠 갖고, 권력을 유지해 가는 것이 민주당의 실체 아니겠는가” “이들은 벼슬과 이권에 어찌나 악착같은지 말도 못한다”고 했다. 험구(險口)를 새겨들을 바는 아니로되 이말을 듣고 586들을 떠올리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87체제, 즉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직선제 민주주의를 쟁취한 그들의 공로는 온 국민이 다 안다. 고문 투옥 장기수배로 젊음을 바친 그들에게 훈장처럼 보상이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유감이 없다. 그러나 삼십년 세월이 지나 화염병 투사들이 오십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 그들이 서푼어치 권력과 이권에 들러붙어 벌이는 추태는 더 이상 못봐 줄 꼴이다.

장외에서 이들에게 교묘한 논리로 정당성을 씌워주던 얼치기 언론인들도 이참에 함께 떠나줬으면 한다. 비주류 대안언론 수준에 머물던 그들이 공중파를 꿰차고 앉아 조국사태를 호도하고 비아냥과 낄낄거림으로 절반의 국민을 조롱 때 그들끼리의 유대는 공고해졌을지 모르되 민주당은 허약해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GDP로 세계 10위다. 러시아를 앞서는 규모다.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못가진 자에 분배하는 것이 정의라는 70년대 좌파식 이데올로기가 적용될 처지가 아니다. 최고 수준의 복지를 위해서도 튼튼한 안보와 줏대 있는 외교를 위해서도 대한민국은 성장과 분배의 황금률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일을 할 5년을 민주당은 586 잔치판으로 지새버렸다.

그래도 호남인들은 또다시 몰표를 줬다. 정녕 민주당의 노예라고 다른지방 국민들이 손가락질 해도 할말이 없다. 인터넷 상엔 “7시방향 징하네요”란 비아냥도 나돈다. 내 벗들 중엔 “민주당 하는 꼴로 봐선 확 6번찍어버릴까 하다 참았다”는 치들도 많다. 흘러간 곡조지만 미워도 다시한번인 것이다. 청년시절부터 어떻게 지지해온 정당인데 하는 의리도 있었다. 그리고 이젠 익숙한 야당 지지자 신세가 된 것이다.

정치가 생물이듯, 정당도 유기체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아무리 정책이 선해도, 혹은 선하다고 믿어져도 국민다수가 반대하면 걷어 들이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못하는 건 그 정책에 들러붙은 모리배들을 내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광속으로 발전해가는데 지도자급 인사들의 두뇌와 행동이 유연하지 못하다면 그 정당은 망해야 맞다.

민주당은 중도 실용 개혁정당으로 하루속히 그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해야 한다. 덧붙여 남북화해와 국제평화를 추구하는 정당이면 족하다. 그래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이제 586 그룹은 역사적 소명을 다하셨으니 좀 퇴장해주시길 바란다. 그것도 지금 당장. 그 극성스런 지지자들도 이번 대선 막판에 저쪽으로 떠나버렸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