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사이트 총판 승리바카라 에서 읽는 인간다움, 휴먼 리터러시
교양학부
이강선 교수

민족 최고의 명절, 추석을 지냈다. 연휴 내내 음식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면서 연휴를 매일 달과 목성을 올려다보았다. 달 보기와 음식과 제사는 추석다움을 구성하는 행사들이고 그 행사는 전통이라는 어휘로 압축된다. 전통은 지키지 않으면 사라진다. 곧 앎과 실천이 어우러져 빚은 것이 전통이다. 앎은 현재다. 과거의 행동인 실천이 쌓여 정보가 되었고 그 정보 혹은 지식을 아는 것은 현재에 존재하는 인간에 관한 것을 안다는 의미다.

음식을 진설하고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국립나주박물관의 ‘그릇나무’가 생각났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말 방문한 국립나주박물관은 마한시대에 형성된 반남고분군 옆에 있었고, 건물 형태 또한 둥글고 납작해 고분을 연상시켰으므로 고분 안으로 들어간다는 착각을 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안에 놓인 수많은 유물 중 유독 주의를 끌었던 것은 바로 그릇나무였다.

그릇나무는 1층 전시실 입구 오른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옷걸이에 그릇을 올려놓은 것으로 어찌 보면 평범한 모습이었다. 막상 내 눈을 끈 것은 그릇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둥그런 받침대였다. 받침대에는 한자가 씌어있었고 한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는데 그릇나무를 구성하고 있는 항아리, 그릇들이 고대, 마한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임을 감안하면 한자와 그릇은 어우러져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설명서는 그릇나무는 마한인의 삶을 담은 항아리라는 설명 하에 고대인의 다양한 그릇, 시루, 구멍단지, 겹아가리 단지, 항아리 등을 말하면서 밑에 출처를 적었다. 내 눈을 끈 것은 한자, 제사(祭祀)였다. 제사 ‘제祭’에는 ‘제단’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과 ‘고기’를 나타내는 ‘고기 肉’, ‘손’을 나타내는 ‘손 又’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들어 있으니 곧 인간의 손이 제물인 고기를 제단 위에 올리는 모습을 의미한다. 옆에는 하늘 천, 신령할 령, 귀신 신, 무당 무, 땅 지, 임금 군을 의미하는 한자와 설명이 연달아 있었다. 그 조합이 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으니 이 6개의 글자가 모두 하나, 인간의 힘이 미약함을 절감하고 초월적인 존재에게 바란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해 인간이 우주를 넘나드는 오늘날에도 폭우와 강풍에 쩔쩔매는 것이 인간이며 인간다움이다. 태풍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안다고 해도 그 지식으로 태풍을 없앨 수는 없다.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당해야 하는 고대인들로서는 기도, 곧 제사를 지내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고대인들의 삶은 인간 임의 한계를 늘 인식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생활 그 자체가 종교와 연관이 있었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릇나무였다. 그러므로 그릇나무에 마한인의 삶을 보여준다고 하는 설명이 붙었을 것이었다.

그릇나무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번역어가 ‘human’임을 떠올린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human’은 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humus’에서 나왔다. 중국 신화는 인간을 흙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고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 기독교와 기타 세계의 여러 민족의 신화가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은 과거를 말해주는 역사에서 인간다움을 읽는다. 흙으로 만든 그릇을 쌓아 올린 ‘그릇나무’는 인간의 속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거는 현재를 인식하게 만든다. 과거가 오래된 미래라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나왔고 역사는 이 생각을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아득한 고대인들의 삶이 그릇나무로 구현되어 있었으니,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다움에 대한 개념이 변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정인 동시에 그릇나무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