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방송학과
배미경 교수
더킹핀 대표
도쿄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오륜 깃발 아래 전 세계가 하나 되는 축제의 설렘도 흥분도 즐거움도 없다. 오히려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개최지 도쿄는 코로나 상황이 심화하자 지난 8일부터 6주간의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결국 도쿄올림픽은 개막하는 7월 23일부터 8월 8일 폐막 때까지 코로나 긴급사태 속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올림픽 흥행의 하이라이트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를 열광시킨 성화 봉송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시작을 알리는 선수촌의 입촌식도 사라지고, 도쿄도 내에서 치러지는 전 경기는 무관중으로 전환했다. 올림픽 취재차 입국한 한국 기자단의 전언에 따르면 분쟁국을 취재하는 삼엄한 분위기까지 연출된다고 하니, 올림픽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연기되면서 올림픽에 대한 큰 기대감은 사라졌고, 시설의 사후 유지 관리에 대한 비용 지출은 늘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지출도 추가되었다. 한 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학자들은 무관중 개최로 민간 소비 손실로 인한 국내 생산 감소, 실업자 5만 명 증가 등 1조 5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점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도쿄올림픽은 올림픽의 저주 그 이상이다.
메가 스포츠 대회는 현장성과 수천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의 인구 이동이 필수다. 그만큼 대회가 흥행하면 메가톤급의 지역사회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유치 인기도 높았다. 또한 올림픽 개최는 선진국의 상징으로 국가적인 위상과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고도 올림픽을 유치하고 치를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 70년대~90년대까지의 이야기다. 2000년 이후 시대가 변했다. 2016년까지 평균 9.5개였던 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 수는 2020년에는 평균 5개로 줄었고, 2024년에는 5개 도시가 신청했으나 국민의 극렬한 반대로 결국 2개 도시만 올림픽 입찰에 응했다. IOC는 손님을 잃지 않기 위해 24년 파리, 28년 LA를 동시 결정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국제스포츠대회에 대한 시대정신도 변했다. 과거 국제대회 유치 평가의 중대 지표였던 8∼10만 석의 대규모 관람이 가능한 경기장 규격과 대규모 숙박시설 등에서 지속 가능성과 레거시를 더욱 중시하는 추세다. IOC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는 레거시 계획 제출을 의무화했다. 2013년 취임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제안한 ‘올림픽 어젠다 2020’과 올해 초 IOC 총회에서 의결한 ‘올림픽 어젠다 2020+5’가 담고 있는 핵심적 내용도 결국은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대회를 개최한 지역사회에 그리고 스포츠의 성장과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만들지 못한다면 메가 이벤트의 존재 이유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레거시는 대회 개최 이후에 남기는 유산이란 오해가 있다. 그것은 레거시에 대한 큰 착각이다. 레거시는 국제대회의 유치 단계에서부터 대회가 끝난 이후까지 국제대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어젠다다. 지역사회, 국가, 세계 등 범주에 따라 또는 경제적·사회적·스포츠적·환경적 측면 등 각 분야에 따라서 다양한 유무형의 레거시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결국 국제 메가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추세는 감염병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때는 메르스가, 2016 브라질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가,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가 엄습했다. 방역에 따른 조치와 비용을 미리 생각해야만 한다. 더불어 감염병 상황에서도 중단없는 스포츠 활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AR이나 VR을 적용한 기존 스포츠 종목의 비디오화를 대안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스포츠활동을 잇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최근 국내 광역지자체들이 잇따라 국제스포츠대회 유치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도쿄올림픽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광주와 대구가 2038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세종·대전·충남·충북 등 4개 광역 시도는 2027 충청권 세계바카라 토토경기대회 공동 유치를 결정하고 유치 활동에 돌입했다. 코로나 이후 스포츠계의 뉴 노멀을 파악하고, 스포츠 세계의 변화를 고려한 현명한 유치가 필요하다. 지역사회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국제스포츠대회는 무익하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팬데믹 이후 국제스포츠의 뉴 노멀을 미리 만나는 좋은 교훈의 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