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구조학과
정은경 교수
한낮 폭염이 내리쬐고 있는 가운데 내 눈앞에서 한 행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면? 환자의 어깨를 두드려 보았더니 반응이 없다. 하지만 느리고 헐떡거리는 불규칙적인 호흡을 하고 있다. 당신이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쓰러진 환자를 목격하면 일반인은 환자의 어깨를 두드려 반응을 확인하고 반응이 없으면 119(응급의료체계)에 신고한다. 반응이 없고 호흡이 없는 환자가 심장정지 환자라는 것은 누구든지 익히 알고 있다. 이런 환자를 목격하면 일반인은 심장정지로 정확하게 판단하고 심폐소생술을 주저 없이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장정지가 일어난 직 후, 매우 느리고 불규칙적이며 헐떡거리는 호흡을 보이거나, 한숨을 쉬는 듯한 느린 비정상적인 심장정지 호흡(gasping)이 관찰되면 혼란스럽다. 심장정지 초기에 짧은 경련이 발견되면 심장정지를 판단하는데 방해 요소가 된다.
비정상적인 심장정지 호흡은 심장정지 발생 초기의 40~60% 정도의 환자에게서 나타나고 있으며 불규칙적인 호흡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심장정지 호흡을 목격하면 ‘한숨을 쉬는 것 같아요’, ‘불규칙적인 헐떡거림이 보여요’, ‘숨쉬기가 어려워 보여요’, ‘신음소리가 들려요’ 등으로 정상적인 호흡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심장정지가 아닌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경련은 심장정지 직후에 뇌가 갑작스럽게 허혈 상태로 빠지면서 관찰되는 것으로 5~10초 이내의 짧은 경련을 보인다. 이러한 심장정지 호흡과 짧은 경련은 심장정지의 첫 증상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자의 움직임이 있을 때 심장정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119 신고와 심폐소생술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밖 심장정지 생존의 사슬을 살펴보면, ‘심장정지 인지 및 구조요청(응급의료체계 활성화)-목격자 심폐소생술-제세동-전문 소생술-소생 후 치료’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지난 2015년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의 첫 단계인 ‘심장정지의 예방과 조기 발견’이 ‘심장정지 인지 및 구조요청’으로 변경된 것이다. 변경된 2020년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의 목표는 환자를 발견한 목격자가 혼란스러운 심장정지의 증상과 징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적극적인 구조 요청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2020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도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 과정에 심장정지 초기에 보일 수 있는 심장정지 호흡과 짧은 경련이 있음을 반드시 교육하도록 하고 있다. 생존의 사슬 첫 단계가 지연되지 않도록 환자를 발견한 목격자는 심정지 초기에 비정상적인 심장정지 호흡과 경련이 관찰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하며 의료적 응급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환자의 호흡의 움직임이 보여 심장정지를 판단하는데 혼란을 가져온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여 구급상황(상담) 요원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구급상황 요원은 신고자에게 환자의 반응과 호흡 상태를 적절하게 질문하여 심장정지 초기에 보이는 비정상적인 심장정지 호흡과 경련을 파악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심장정지 상태로 판단되면, 전화 도움 심폐소생술(telephone-assisted CPR)을 지도해 준다. 구급상황(상담) 요원과 목격자의 전화 도움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경우, 심폐소생술 시행률을 높일 수 있고 생존율을 높인다. 일반인은 심장정지 호흡이 완전하게 소실된 이후에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지 않도록 119의 구급상황(상담) 요원과 환자의 황금의 시간을 지켜내야 한다.
심장정지 호흡과 경련을 보이는 심장정지 환자는 심장정지가 일어난 직후에 목격된 것으로 심장정지 호흡이 없는 환자보다 생존율이 높다. 심장정지를 목격한 사람이 구급 요원의 도움을 받으면 심장정지 인지율이 향상되고 적극적으로 전화 도움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 결과 심장정지 초기에 심폐소생술이 진행될 수 있으며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심장정지 초기에 심장정지 호흡과 경련이 관찰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신속하게 119에 신고하여 전화 도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