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학부
신선혜 교수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글자로만 보아도 음률이 떠오르고 몸이 들썩인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시리즈(이하 홍보영상)가 유튜브 조회수 3억뷰 이상을 기록했고, 이에 부응하듯 이 영상은 2020년 국내외 광고대상에서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 영상물에 대한 집중도 상승과 더불어 나타난 현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전방위적으로 각종 패러디가 이어지고, 영상에 참여한 밴드와 댄스팀의 인기가 날로 더해짐을 설명하기 힘들다. 기획의도 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국내에서도 바이럴이 된 것을 보면 대중들은 이미 감각적으로 재해석된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나 싶다.
‘준비’의 과정을 더듬어보면 시민 사회의 인문학 및 역사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양상을 찾을 수 있다. 2~3년 전, 대중서로 보기에는 전문적인 역사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 인문학 및 역사학 강연 프로그램들이 다수 생긴 시기도 그때쯤이다. 지금의 ‘재해석’을 견인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지식에 대한 갈망을 시민 사회가 수용한 초기의 모습이 그것이었다. 원래의 것, 즉 본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조금씩의 변화를 거치며 과감한 관점 변환이 이뤄지고 폭발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바로 이번의 홍보영상이다.
그 반응은 외국인, 한국인을 막론하고 ‘한국의 흥’에 반했다는 것으로, 의상, 리듬, 춤의 독특함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룬다. 특히 K팝과 춤에 관심을 가지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밀레니얼·Z)세대들은 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바이럴의 주 담당층이 됐다. 사실 이들이 한국 문화를 시·청각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은 BTS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등 뮤직비디오에서 경험된 것이다. 홍보영상과의 차이라면 스타를 등장시키지 않아 관심의 초점이 영상 전반으로 분산됐다는 점이다. 결국 밴드와 댄스팀 역시 스타가 됐지만.
이는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장소를 전략적으로 K드라마, 뮤직비디오 속 장소들을 물색하여 기시감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고 한 기획자의 인터뷰가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익광고로서의 국가 홍보가 일정한 계층 혹은 편중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감각 위주의 뮤직비디오 방식으로는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적인 것을 부각시키고자 한다면 더욱 신중할 필요는 있다.
전통문화를 다룸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자의적 해석에 따른 왜곡된 이해이다. 특히 외국인에게 있어 이는 한국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다고 하겠는데, 홍보영상 속 ‘색동’에 대한 반응이 그러한 사례로 주목된다. 홍보영상의 전주와 안동편은 한국적 내용을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인 만큼 전주한옥마을, 전수소리문학관,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이 배경이 됐고, 의상은 색동이 주요 테마가 됐다. 색동은 한국적인 색채의 조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는 여러 색의 줄무늬치마를 입고 있는 귀족 여인이 그려져 있다. 이후 음양오행설에 따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명절에 아이들에게 색동저고리를 입혔던 것으로 보아 한국인에게 고대 이후로 귀하게 인식된 색이 색동이다. 그런데 이것이 외국인들에게 굿을 할 때 입는 주술적 의미로만 강하게 인식되면서 ‘무당이 입는 옷’, 그리고 그것이 영상 속에서 과장된 몸짓과 결합해 희화화돼 ‘웃고 즐기는’ 콘텐츠로만 치부된 반응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아무도 즐기지 않는 전통은 박물관에만 있는 것이다”라고 한 기획자의 말과 같이 홍보영상의 의도가 ‘즐기는’ 역사, ‘느끼는’ 문화로 대중들에게 주효했음은 확인됐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게 하고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리마인드하는 성과를 이룬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진짜 한국’을 알려주는 역사와 문화의 창구로서의 홍보도 계속돼야 한다.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통해 한국을 깊게 알아가고 싶어하기를, 나아가 박물관에서도 전통을 공부하며 즐길 수 있음이 알려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