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카라 팬데믹과 약식동원(藥食同源)
외식조리학과
이선호 교수

엄마. 이 단어만 떠오르면 왜 괜히 눈물이 날까요?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저에게는 늘 함께하고 계십니다. 제가 벌써 50대 중반이 되었네요. 지금도 어머니라는 표현은 왠지 어색하네요. 그냥 엄마가 좋아요. 초등학교 때 저를 일찍 서울로 유학(전학) 보내는 바람에 자주 뵙지도 못했던 우리 엄마.

엄마 없이 낯선 타향에서 산다는 것은 그 당시 어린 저에게는 너무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방학 때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영등포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6시간 30분 정도를 달리면 전북 김제역에 도착합니다.

제가 왔다고 엄마는 심포항(전북 김제시 진봉면)에 가셔서 생합과 죽합을 구입해 정지(부엌)에서 정성껏 손질하여 아들 중 막둥이인 저에게 요리해 주셨어요. 생합을 살아 있는 채로 국물과 살을 썰어서 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생합 살이 스테이크였어요. 얼마나 두껍고 큰지 지금은 그런 생합을 보기가 어려워요. 죽합도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 맛조개 보다 훨씬 크고 길었어요. 지금은 그런 생합과 죽합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요.

‘엄마표’ 생합과 죽합은 맛과 영양이 어우러진 음식으로 그 어떤 보약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음식을 통한 영양소 섭취가 면역 기능을 강화했던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타향에서의 학업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었고 늘 생기 넘치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심포항 바다에서는 생합이 전국에서 70% 정도 생산돼 생합과 죽합이 흔했던 시절이였죠. 죽합을 지금은 맛조개라고 하고 생합은 백합이라고 합니다.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 방역으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로 면역력마저 감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조리학자로서 감히 권해봅니다. 생합과 죽합을 자주 드시면 코로나 블루와 작별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것을 더 중시해 왔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1986년 전 세계를 경악시킨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발생 이후 몸속의 방사능을 제거하는데도 음식이 약보다 더 효율적이었다는 사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생합은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 성분을 균형 있게 함유하고 있어 당질의 대사를 돕고 에너지를 만들며,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1과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합니다. 또 피부나 점막의 기능 유지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2,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판토텐산이 함유돼 영양가가 높은 음식입니다.

죽합은 단백질·지방·포화지방산 등을 함유하고 있어 타우린이나 필수 아미노산 성분들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혈관 속 노폐물과 중성지방을 배출시키며, 심혈관 질환들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식재료입니다. 코로나 블루를 떨칠 수 있는 면역 강화 식품으로 생합과 죽합을 권합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하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40%를 넘는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또한 상당수 국민이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질병을 앓고 있는데, 만병의 근원은 이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스트레스는 사람의 뼈를 녹인다고 했지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식으로도 치유가 가능하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 연휴, 해변 지역 음식을 찾아 드시면 어떨까요? 특히 생합과 죽합을 구입해 바다향을 음미하며 스트레스를 떨쳐 보세요. ‘만사(萬事)는 비재막거(非財莫擧)’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음식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만사(萬事)는 비식막거(非食莫擧)’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병을 약으로 고치는 것보다 음식으로 다스렸습니다. 즉 약식동원(藥食同源)이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좋은 음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