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방송학과
배미경 교수
더킹핀 대표
2020년 4월 15일은 무슨 날일까? 답부터 말하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오늘로 25일 남았다. 눈을 뜨면 코로나 이야기로 시작해 코로나로 하루를 마감한 나날이 벌써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신문과 방송이 24시간 감염병 위기 대응 보도체제로 전환하면서 다른 뉴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우리나라도 유·초·중·고교의 개학이 2주 또 연기됐다. 지금은 감염병 상황의 일상화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4·15 국회의원 선거’는 우리 머릿속에서 저만치 멀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앞으로 4년 대한민국의 정치를 이끌 21대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선거는 중차대한 현안이자 우리의 미래 대안이다. 그래서 위기상황이지만 언론이 유권자들에게 충실한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지난 2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20총선 미디어 감시연대’를 출범하고 총선 보도에 대한 전국 모니터 활동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나온 2차례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코로나 19’ 영향으로 ‘선거 보도’ 자체의 양이 줄었고, 그마저도 후보자의 동정 위주여서 후보의 자질을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획 보도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양도 줄고, 양질의 검증형 보도마저 줄어들었으니,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 수요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광주전남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도 3월 9일과 16일에 1, 2차 광주·전남 총선 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의 핵심적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 19 확산 속에서 총선 이슈가 침잠해 선거 보도의 양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더불어민주당 일색의 보도 경향이다. 더불어민주당 일색일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어가면서 마치 총선이 마무리된 것 같은 해설과 분석 보도가 잇따랐다. 셋째는 보도 태도와 관행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모니터 대상 7개 지역일간지 모두 후보자 동정 보도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문제는 일부 특정 후보자(현역, 정치경력자 등),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남보다는 광주지역 선거구 후보자 위주의 편향적 보도 태도다. 지역일간지의 후보자 동정 보도의 기준이 보도자료를 잘 작성할 수 있는 후보자나 언론매체에 친근한 후보에게 노출의 기회를 더 주는 현재의 보도 관행에서는 정치신인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균형 있는 보도 태도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출처 불명의 인용 보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정 신문에서는 ‘지역 정가 관계자’ ‘일각에서는’ ‘여의도와 지역 정가에서는’ ‘지역 정치권 관계자’ 등 출처 불명의 따옴표 보도를 5~6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인용은 보도 이슈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과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자의 사적 견해을 불특정인의 입을 빌려 따옴표로 처리하고 이를 제목으로 강조한다면 사회적 공기인 언론을 이용하여 특정 프레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 같은 출처 불명의 인용 보도가 특정 신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7개 지역신문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 크다. 선거 보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선거 보도의 양을 늘리고, 후보자와 정당의 정책과 인물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획 보도가 절실하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자, 잔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 언론 보도의 분위기는 피기도 전에 꽃은 지고, 잔치는 끝나버린 분위기다. 다가오는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