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방송학과
김덕모 교수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는 과거의 맹아의 발현이고 미래는 현재라는 씨앗의 열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지혜를 얻고 교훈을 얻어 잘못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지난 1월 중상주의 시대 세계를 제패했던 포르투칼과 스페인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14세기 당대의 최강대국인 스페인의 장벽에 막혀 대륙진출이 막힌 포르투칼은 유럽의 서쪽 끝단이자 대서양의 시작점인 ‘카보다 로까’의 벼랑 끝에서 엔리케왕의 해양 개척이라는 혁신적 결단을 통해 최강대국으로 거듭 날 수 있었다.
스페인 역시 지구는 육면체가 아니고 둥글기 때문에 대서양을 횡단하면 아프리카와 인도양을 거치지 않고도 빠른 시간에 인도에 갈 수 있다는 콜럼버스의 제안을 높이 산 이사벨여왕의 결단이 있었기에 대국굴기의 역사의 장을 펼칠 수 있었음을 체득하였다. 두 국가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면서 선구자적 모험가들의 동시대 주류 지식인들과는 다른 혁신적 아이디어와 야심찬 지도자들의 결단이 시너지를 발휘했을 때 부강한 나라로 우뚝 섰지만, 혁신과 변화없이 안주하면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쇠락의 길로 떨어지고 만다는 역사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어떤 지도자가 국가 경영의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중국 우한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세계적 비상상황의 발생으로 중국과 인접국가이자 상대적 교역량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정부는 과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고 발빠르게 선제적 조치를 시행 하라”고 지시했지만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 태국 방문자 등을 통한 제3국 감염자가 속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당장 각급 학교의 졸업식, 입학식이 취소되고 개학 연기가 검토되고 있으며, 다중이 모이는 각종 행사가 축소, 연기, 취소되는 일이 속출하고 각종 회식이나 모임 등이 취소되어 식당 등 자영업과 소상공인 등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4.15 총선을 70일가량 목전에 두고 있는 정치권도 유력 정당들의 후보공천을 앞두고 한껏 달아올랐던 예비후보자들의 선거 운동이 비대면 접촉 활동인 SNS 홍보로 대체되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과 유력후보자들은 여유가 생긴 반면, 인지도를 끌어 올려야 할 정치신인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과연 어떤 후보를 우리의 대표자로 뽑아 우리의 권리를 위임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상주의 시대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국가지도자의 결단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어떤 국회의원을 뽑는가의 문제가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발전의 명암을 좌우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광주전남의 유권자는 전략적 투표를 통해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역사적 선택을 해 왔기에 호남의 선택이 주목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평가하는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편중적인 투표행태를 비판하고 있으며, 우리 지역 내에서도 그러한 행태가 호남의 고립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번 20대 총선의 경우 ‘호남홀대론’의 여파로 국민의당에 몰표를 주어 광주전남 국회의원 18석 중 17석을 당선 시켰지만,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21대 4.15총선 관련 여론조사의 결과들은 민주당 일변도의 후보자 지지성향을 나타내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 우리지역의 발전정책을 모색하는 ‘광주전남발전정책포럼’은 우리지역 대표적인 정치학자와 정치평론가들과 ‘선택 2020 : 4.15 호남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 정당도 중요하지만 인물과 정책 수행 능력을 감안해서 국회의원을 선택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비단 이 포럼의 제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지역과 나라발전을 좌우할 한 사람의 정치지도자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역사적 교훈을 통해서 배웠기에 우리들이 물주고 거름줘서 키운 호남의 인재가 소실되지 않고 호남 발전을 견인하는 더 큰 정치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지만 다가올 21대 4.15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는 묻지마 투표를 경계하고 인물과 그 인물의 능력을 따져보고 투표하는 이성적 투표를 통해 호남의 역량 있는 인물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바람직한 투표행태를 통해 진일보한 성숙한 정치문화가 정착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