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경제학과
홍성훈 교수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성향을 구분하기 위하여 좌파와 우파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우파 정치인들은 자유 시장과 사유 재산을 중요시하고 기업인들에게 높은 수준의 경제적 자유를 부여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신제품과 신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통하여 정부는 높은 경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에서 높은 기술 혁신과 신제품이 나타나는 이유도 자유 시장을 통하여 경쟁을 유도하는 자본주의적 경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서 각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좋은 제품을 만들면, 그 혜택은 자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이룩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에 의하면 간섭을 하지 않는 작은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이다. 하지만 좌파 정치인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을 위하여 소득 분배 정책을 매우 중요시한다.
오늘날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들의 소득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미국 부자 360명의 재산이 가난한 국가들 20억 명의 재산과 동일하다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하루 1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14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빈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좌파 정당들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이를 재원으로 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복지 정책을 실시한다. 그렇다면 좌파와 우파 중에서 어느 편이 더 옳은 것인가? 솔직히 말해서,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할 수 없으며 각 정권이 어떠한 성향에 치우쳐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정부가 개인의 경제적 활동에 상당한 간섭을 하더라고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을 선호한다면 좌파적 성향을 갖는 것이다. 반면에 다소의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기업가들의 이익 추구를 허용하여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파적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요즈음 여러 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경제 정책들을 살피면, 좌파인지 우파인지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가장 좌파적 정권인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적인 장마당이 자리를 잡고 있고, 가장 우파적 국가인 미국에서는 의료 혜택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사회주의적 제도, 즉 오바마 케어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에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여 특정 산업을 육성한 적이 있는데, 이는 그 당시의 강력한 우파 정권이 자유 시장을 통하지 않고 정부 개입의 경제 성장을 시도하는 좌파적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그리고 덴마크 등의 북유럽 국가들은 전 국민이 동등한 의료와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 시장과 사유 재산을 보장하는 자본주의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북한이나 미국처럼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진 이념적 편향성을 보이지 않고 북유럽식 복지 국가라는 독특한 제도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프랑스의 공화당과 사회당, 독일의 기민당과 사민당 등의 정당들은 명목상으로 다른 이념을 추구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정책과 사회주의적 정책을 혼재하여 실시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또 다른 예로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이 전통적인 공산주의에서 출발한 국가들도 민간 기업과 자유 시장을 상당한 수준까지 허용하여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빈곤층을 위하여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샌더스는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이므로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소득 불평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며 그 손이 보이지 않는 진정한 이유는 원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예상과는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극좌 혹은 극우에 빠지는 것이 매우 어리석은 행위이며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좌파와 우파의 이분법은 2차 대전 후 미국과 소련이 대적하던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냉전 시대의 낡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며 한 쪽에 편향되지 않는 개방적이고 균형된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이념적 편향성에서 벗어나 좌파 혹은 우파 정책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혼합하여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만일 남과 북이 이와 같은 정책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이질적인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