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방송학과
김기태 교수
과거 여러차례 우리 언론의 빗나간 애국 보도를 지적한 적이 있다. 애국심을 과하게 작동시켜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외면한 경우인데 주로 국가대표가 참가하는 국제스포츠 경기 관련 보도에서 많이 나타난다. 국가대표간 경기 자체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중계하거나 보도하지 않고 마치 우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듯 해설자나 캐스터가 흥분해서 전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종목인 축구나 야구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우리 선수들의 반칙을 선언하면 편파라고 강변하고 상대 선수의 반칙 선언은 정당한 판정이라는 낯뜨거운 이중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다. 심지어는 유명한 축구해설자 중에 우리 대표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과는 다르게 경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했다가 아예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특정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애초 정확한 경기 분석이나 해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무조건 우리팀이 이겨야하고 응원하는 팀의 승리에 방해가 되는 어떤 정당한 지적이나 의견도 흥분한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론은 이런 응원 관중과는 달라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스포츠 중계 보도를 우리는 빗나간 애국 저널리즘이라 부른다.
스포츠 경기 보도 뿐 아니라 애국, 애국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국제 정치 즉, 외교 관련 보도이다. 최근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관한 한일 양국 언론들의 보도 양태는 애국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로 시작한 한일간의 갈등국면은 현재 적어도 우리 국민들에게는 전쟁같은 충격적 사건이다. 대부분 국민들이 구한말 일본의 무력 침략을 떠올리면서 다시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시작되는게 아닌가 하는 정도의 무게로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민간 차원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수치로 나타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광범위하면서도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느 쪽이 더 손해이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등의 차분한 논리가 현재는 별다른 소용이 없다. 당장 일본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이 극히 드물다.
이미 오래전에 예약을 해서 취소가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자주 찾던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이 한산해졌다. 최근 일본에 다녀온 한 지인이 우수갯소리지만 적성국가에 다녀왔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쯤되면 우리는 지금 일본과 전쟁 수준의 대결상태인 셈이다. 국내외 언론들도 이런 현재의 한일 관계를 보도하느라 분주하다. 국민들이 접하는 일본 관련 정보의 대부분이 바로 이를 전하는 언론들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 언론의 보도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의 빗나간 애국 보도 정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심각하면서도 중요한 의제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애국 보도, 애국 저널리즘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언론이라면 예외없이 국익에 우선하는 보도 태도를 견지해야하는 엄중한 시점인 것이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일부 언론들은 노골적으로 애국은커녕 아예 국가 이익에 반하거나 상대국가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쟁 중에 돌아서서 적군이 아닌 아군에게 총을 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진정한 의미의 애국 저널리즘은 바로 이런 경우에 발휘되고 실천되어야 하는데도 이들 일부 언론들은 오히려 거꾸로 간다. 일본에서 발간하는 신문, 방송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매국적 보도 내용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공격하는데 이들 보도 내용들이 중요한 근거이자 자료로 활용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일본 측에 유리한 보도를 하는 대부분 언론들이 현 문재인 정부를 정치적으로 반대하기 위해 이런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 즉, 현 정부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일이 국익보다 우선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보도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 정부의 대 일본 정책 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지금은 그 시기와 정도를 조절해야 할 때이다.
전쟁 중에는 모든 정파가 정쟁을 중단하고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하듯 현재 국가의 미래를 건 대결 상태에 있는 한일 갈등 상황에서 현 정부의 입장이나 대응에 대해 지지하고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보도는 당장 멈추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국가의 안보나 국민의 안위를 해치는 수준까지 무한정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