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자동차공학부
나재원 교수
누구나 머릿속에는 어릴 적 만화나 영화에서 봤던 자율주행 차량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레알 아재’분들은 시계에다 대고 “빨리 와줘!”라고 외치면 어디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차가 달려왔던 ‘전격 Z작전’이 기억날 것이고, ‘초보 아재’ 또는 ‘예비 아재’들은 아인슈타인도 감탄할 시공간을 초월하는 ‘제로의 영역’을 넘나들던 ‘사이버포뮬러’를 떠올릴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대중교통망 시스템인 ‘타요’를, 어린 아이들은 로봇공학과 자동차공학을 융합하여 탄생시킨 ‘카봇’을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만화나 미드에서나 보던 자율주행차는 한 발 한 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속도 및 차간거리 유지 장치처럼 한 가지 기능만 도와주던 자율주행 1단계와, 고속도로에서 잠시동안 손과 발을 뗄 수 있도록 주행을 도와주는 소위 ‘반 자율주행’인 자율주행 2단계를 거쳐, 운전자의 역할을 어느 이상 대체하는 3단계 자율주행차가 최근 독일 A사에서 출시되었다. 이 추세로 본다면 이제 전격 Z작전의 킷트나 사이버포뮬러의 아스라다와 같이, 스스로 시작점부터 도착지점까지 주행 가능한 자율주행 4단계가 상용화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운전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자율주행 4단계는 두 가지 의문점에 의한 장벽이 존재한다. 하나는 “이거 안전할까?” 이고, 다른 하나는 “굳이 비싼 돈 주고 살까?” 이다. 먼저, 안전에 관한 의문은 미국의 T사 차량의 반 자율주행 도중 사망 사고 등의 이슈로 인하여 계속 제기되는 부분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술의 진보는 한 순간에 완성될 수는 없으며, 이러한 과도기를 거치기 마련이다.
자동차 제조사나 센서 부품 제조사 뿐만 아니라 통신 업체, 인터넷 기업, 반도체 제조사 등이 모두 뛰어들어 자율주행차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으니 안전 상의 결점들은 하나씩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 12명 수준으로, OECD 선진국의 2~5명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만약 자율주행 4단계의 실용화로 인하여 이러한 통계 결과가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면 100% 완벽하진 않더라도 도입의 시급함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음으로 “누가 비싼 돈을 지불할 것인가” 즉, 비용(Cost)에 대한 의문점은 바로 ‘편의성’에서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0년 전 출시했던 자율주행 1단계에 해당되는 주행 보조 장치들은 ‘안전장치’로 인식되었으며, 이는 고급 승용차에서 조차 10% 정도의 소비자들만이 옵션으로 선택했었다. 그러나 지금 자율주행 2단계인 ‘반 자율주행’ 기능의 옵션은 중형 승용차에서도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100만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하는데, 이는 더 이상 ‘안전 사양’이 아닌, ‘편의 사양’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강의할 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기본 사양의 초저가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가정합시다. 100만원의 비용을 추가하여 에어컨과 에어백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습니다.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전장치인 에어백이 아닌, 편의 장치인 에어컨을 고른다고 대답했다. 에어백이 터질 일은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에어컨은 말 그대로 피부에 와 닿으니, 100만원을 피부에 양보한 셈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안전장치인 에어백을 골라야 하는게 맞음에도, 애덤스미스 형님의 ‘보이지 않는 손’ 보다 더 정확한 ‘지름신의 손’은 에어컨 버튼을 누르고 만다. 3단계, 그리고 4단계의 자율주행이 시장에 나오게 되어도 처음에는 얼리어답터들 만이 도전하겠지만, “이거 되게 편하다!” 라는 입소문이 유튜브를 타고 번지면서 소비자들은 해당 옵션에 200만원 내지는 300만원까지도 지불하며 시장을 잠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 등장한지 10년이 조금 지났다. 프라이버시 침해 등 각종 사회적 문제와 기술적 불만과 함께 가격과 통신비 논란이 몇 년간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어르신도 모두 가지고 있다. 어릴 적 만화에서 보던 자율주행차는 머지않아 우리 집 주차장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십여 년은 인류 역사상 마지막으로 인간이 직접 차를 운전하는 시기로 기억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