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방송학과
김기태 교수
방탄소년단(BTS)의 열풍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7명의 젊은이들이 전 세계를 돌며 펼쳐보이고 있는 오늘의 퍼포먼스는 그 감동과 환희의 현장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어려울 만큼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열광하는 국적을 초월한 다국적 팬들은 어려운 한글 가사를 또박또박 따라부르면서 BTS의 음악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진정한 공감과 동참을 표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BTS 열풍과 현상의 정확한 이유와 원인을 분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그 만큼 지금의 BTS 현상은 그야말로 경이롭고 환상적이며 불가사의해 보인다. 물론 춤과 노래가 뛰어나고, 노랫말이나 메시지에 진정성이 있으며 SNS를 비롯한 글로벌 소통 환경 등이 이런 현상의 원인이라는 진단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젊은이 7명에게 전 세계가 열광하는 오늘의 ‘BTS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엄청난 거짓말 같은 현실을 그대로 즐기고 행복해하며 마음껏 자랑스러워 하고 싶다.
‘21세기 비틀스’로 까지 불리고 있는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치가 최대 2조3천억원으로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018년 기준 기업가치를 1조2천800억(11억6천만달러)∼2조2천800억원(20억7천만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엔터테인먼트 3대 기획사인 SM(1조604억원), JYP(9천296억원), YG(5천805억원)의 5일 시가 총액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018년 매출액은 2천142억원이며 영업이익은 641억원, 순이익은 502억원으로 2016년 대비 6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성장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BTS 열풍은 이와같은 경제 효과 뿐 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한민국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서부도시 LA의 로즈볼 구장에서 열렸던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돌아온 지인의 증언(?)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우선 6만여명의 관객 중 한국인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각양각색의 국적과 인종이 포함된 다국적 관객들로 구성된 외국 팬들이 공연 내내 한글 가사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는 것이다.
간혹 TV뉴스 화면을 통해 한글 가사를 따라부르는 외국 관객들의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장면 정도로만 여겼지 실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은 5월4일부터 7월14일까지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 공연장에서의 공연을 비롯한 유럽권 국가들과 미국, 브라질의 북미권 국가들 그리고 일본까지 전 세계를 돌며 이어지는 월드투어 공연 현장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을 것이다.
BTS는 지금 열풍과 현상을 넘어 하나의 ‘신화’를 써가고 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현실에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우선 이들이 전 세계인들에게 선사하는 아름답고 특별한 문화적 선물을 우리 국민들부터 마음껏 즐기길 권하고 싶다. 아울러 제2, 제3의 BTS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을 제대로 키우는 브랜드이자 문화적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문화상품 생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 끝으로 오늘의 BTS를 정치·경제·사회적인 갈등과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헤메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한줄기 희망으로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