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영문학과
김강 교수
지금 쫄리 신부님이 미치도록 그립다. 로마 가톨릭교회 살레시오회 사제이자 의사였던 그의 본명은 이태석,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이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이태석 신부의 세례명은 '세례자 요한'이지만, 말기 암의 고통 속에서도 그가 온 몸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들은 그를 요한(John)과 성씨 이(Lee)의 합성어인 '존 리' 대신 '쫄리'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2010년 2월, 톤즈. 아프리카 수단의 남쪽 와랍 주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의 명물이자 자랑인 '톤즈 브라스 밴드'가 마을을 행진한다. 밴드의 앞자락을 이끄는 소년들은 한 남자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속의 남자는 비통함에 숙연한 이 세상을 향해 그지없이 환하게 웃고만 있다. 마을 사람들은 톤즈의 성자였던 그의 죽음을 차마 이겨내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린다.
남과 북으로 쪼개진 수단의 오랜 내전으로 그들의 삶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가난과 질병으로 처참히 망가졌다. 가족과 소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딩카족은 강인과 용맹이 부족의 상징이다. 그래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그들에게 가장 큰 수치인 셈이다. 어떤 일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들이 마침내 하염없이 울고 있다.
사방이 바짝 메마른 땅 톤즈에서 눈물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의 마지막 길을 떠난 이태석 신부는 고작 마흔 여덟의 나이에 그 분주했던 삶을 마감했다. 톤즈의 아버지이자 의사였고, 선생님, 지휘자, 건축가였던 쫄리 신부님, 그는 인도적 종교인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황량한 터전에 버려진 이국의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쓴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라는 책에서 피부색은 다르지만 아프리카의 고통을 위해 기도하며,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길 원하는 좋은 사람들, 행복의 근원이 무엇인지 아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모든 인간을 철저하게 사랑하는 하느님을 발견했고, 새로운 '하늘나라 수학'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는 우리 모두가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었음을 항상 기억하며 공존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한편, 2019년 6월, 코리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 교회단체의 종교인을 매섭게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언론이 인용한 교회협의 지적은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한 목사의 역사왜곡과 막말이 "반지성적, 반상식적 발언이자 반평화적, 반기독교적"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의 최근 행태는 "권력정치의 집단적 광기에 몰입된 거짓 선지자의 선전선동"으로서 기독교적 복음에 본질적으로 어긋난 권력쟁취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덧붙였다.
히틀러 암살과 미친 운전사, 세월호 좌파와 종북자, 동성애와 대한민국 몰락, 청와대 진격의 사모님, 그리고 막판에는 대통령 하야와 릴레이 단식.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정의한 '개소리'같은 막말이 여기저기서 그야말로 혐오와 추태로 '무한도전'이다. 어둠의 폐해에서 벗어나 공정한 사회로 나가려는 이 세상을 저토록 짓궂게 물어대는 그의 저의는 대체 무엇일까.
만인의 평화적 구원을 위하여 기도하는 자와 개인의 물질적 구복을 위하여 기도하는 자, 과연 누구의 종이 우리를 위하여 울리는 것일까. 정치의 종교와 종교의 정치가 절묘하게 대립한다. 믿음은 하나지만 실천이 틀리다. 우리 양심의 귀를 치켜세우고 면면히 들어볼지어다. 제발, 울지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