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가상 바카라 개혁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연수 교수

22대 총선이 끝났다. 선거결과는 예상대로 였다. 기존의 양당 결집이 더 심화됐다. 광주에서는 특정 정당 후보가 독식했다. 조국혁신당이 바람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범민주당의 비례정당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민주당 공천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다른 당파의 득표율은 미미하기 그지 없다. 5선의 정치 거물도, 여당 출신이면서 호남 돌풍을 일으킬 거란 기대를 가진 인물도 유의미한 득표를 하지 못하고 맥없이 꼬꾸라지고 말았다. 30년 넘게 광주는 특정 정당 후보 외에는 당선된 적이 없었다. 이른바 전략 공천을 한 한 두번을 제외하곤 우리 지역 유권자들은 한 색깔만 선택했다. 민주주의의 다양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광주 사람들은 변명한다. 전략적 선택을 한 현명한 결정이라고. 그러나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광주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대의민주주의가 성숙한 대한민국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만 30년 넘게 뽑을 수 있는지 다른 정파의 의견은 없냐고 의아해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 팬덤 시대의 인의예지신’ 칼럼에서 팬덤 시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 바 있다.

특정 당의 정강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그냥 맹목적으로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정치적 팬덤 집단이라 했다. 정치에서 팬덤들은 지지하는 정치인에 반대되는 사람을 무자비하게 비난한다. 때문에 선거에서 정책과 지역발전은 중요한 어젠더가 되지 못한다. 그냥 반대파를 물어뜯고 공격하면 된다.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사상의 자유 시장을 무력화 시킨다. 그래서 호남에서 이른바 큰 정치인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되고 말았다.

팬덤들의 활동무대는 SNS와 유튜브다. 2023년 11월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SNS 사용시간은 4시간 12분이나 되고 해마다 10분가량 증가하는 추세이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며, 20대와 30대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사용한다. 반면 40대 이상은 하루 평균 2시간 미만을 사용해 나이에 따라 이용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 SNS 사용은 주로 휴대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국인의 92%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96%가 SNS를 사용한다. 지금도 1분이면 52시간 분량의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팬덤들은 SNS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확증 편향된 뉴스만 보게 되고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만들어 간다. 이유도 합리적인 사고도 없이 애국주의를 표방한 극렬보수 집단에서는 반대파를 빨갱이로 몰아가고, 진보를 표방하는 팬덤들은 제3지대를 회색주의 진보를 망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붙이고 행동에 나선다. 이른바 제3지대는 이들 양 집단들 때문에 설자리를 잃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정의당의 몰락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무소속 당선인도 없다.

양극단만 존재하는 22대 총선 결과는 정치 팬덤들이 원하는 대로 나왔다. 현재의 소선거제와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다음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이퍼 디지털시대, 휴대폰을 든 인류는 휴대폰에서 모든 정보를 얻고 교육하고 경제활동을 한다. 그래서 현재의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른다. 한국 사람들은 휴대폰 사용 시간이 5시간을 넘어 전 세계에서 단연 톱이다.

휴대폰에서 여론이 형성되고 휴대폰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휴대폰에서 얻은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 포노 사피엔스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줄이게 하거나 없앨 수는 없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어젠다를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스마트 AI 시대에도 다른 의견, 진실은 존재한다. 0과 1로 조합될 수 없는 수치화 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가치가 세상에는 존재한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받고 다양한 정파의 정책이 국정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 악의 근원이 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틀을 바꾸고, 소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내각제의 단계적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 지금의 소선거구제에서는 2등에게는 연필 한 자루도 없다. 즉 49%의 표는 사표가 된다. 지금 연동형 비례대표를 대안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내 표가 사표가 된다는 생각에 다수 쪽으로 표가 몰아가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이론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 소수의 의견도 국정에 참여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팬덤 정치를 바꾸는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참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