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작은 세상
작업치료학과
김은성 교수

작은 창 안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나는 고작 한 문장으로 된 질문을 했을 뿐인데 그에 대한 답변은 잠시의 주저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게다가 질문에 성의가 없었다고 보여질 만큼 답변의 양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 속 화면, 태블릿 PC, 휴대전화 할 것 없이 인터넷이 연결되는 어떠한 것에서든지 세상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씩은 회자 되었던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새 버전 ‘GPT-4’였다.

낙방했던 변호사 시험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고 ‘AI’의 한계점이라 믿었던 농담도 늘었다고 하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약간의 무서움도 느껴졌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빠르게 인류를 파고드는 ‘AI’가 반가우면서도 절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 하는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에 챗GPT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도 이미지를 입력으로 인식하는 멀티모달 기능까지 탑재되어 냉장고 속 식재료 사진 한 장만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뿐 아니라 레시피까지 제시해주니 휴대전화기로 사진 찍는 것만 잘해도 웬만한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AI의 발달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AI는 의료 및 금융에서 엔터테인먼트 및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침투했다. AI는 많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AI의 급속한 발전은 잠재적인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이것이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AI의 발전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켰으며 놀라운 이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상당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AI가 계속해서 발전함에 따라 효율성 향상, 의사 결정 개선, 개인화된 경험, 의료 및 교육의 발전과 같은 이점은 우리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실직, 윤리적 문제,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위험, 기술 의존도, 인간 접촉 상실, 경제적 불평등 등 AI와 관련된 단점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AI의 잠재력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려면 장점과 단점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 연구원 및 업계 리더 등은 서로 협력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AI 배포를 보장하는 윤리적 지침, 규정 및 소프트웨어의 환경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변화하는 직업 시장에 대비하고 AI의 부정적인 사회경제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교육 및 재교육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구현해야 한다.

즉, AI의 개발은 다양한 기회와 과제를 제시하지만, 포괄적이고 협력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AI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여야만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발전적이고 공평한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

교육자인 필자도 ‘교육의 참의미’를 생각해보게 된 주말이다. 오히려 가장 최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지식적 측면을 채울 수 있는 ‘수단’이 생겼으니 가르침과 배움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필자가 엮어가는 많은 일들이 아직은 AI가 대신하기엔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어떻게 하면 더 개발하고 보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정작 우리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