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유어 파더’ 빌런의 탄생
영어학과
김강 교수

스타워즈. E.T.와 더불어 현대영화사의 기념비적 SF영화로 평가받는 명불허전 작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첩혈쌍웅’격인 조지 루카스 감독에 의해 1977년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을 시작으로 2005년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까지 6개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개봉됐다. 이후 2015년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 2017년 ‘에피소드 8: 라스트 제다이’ 등 2편의 후속편이 추가됐다. 총 8편에 이르는 우주 전쟁 시리즈가 40여 년에 걸쳐 완결됐다. 광활한 우주가 배경인 공간적 스케일은 물론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통시적 내러티브 서사 또한 이전 스크린을 압도했지만, 제작 방식도 유별났다.

시리즈 6편의 개봉이 순차가 아닌 역순으로 이뤄졌다. 에피소드 4에서 6에 이르는 후반 3부작이 먼저 제작된 후에 전반 3부작 격인 1에서 3편의 에피소드가 나중에 발표됐다. 마치 영화 백 투 더 퓨처처럼 미래가 과거로, 과거는 미래로 뒤바뀌었다. 따라서 영화적 기교와 스토리 전개상 과거를 다룬 에피소드가 미래 것보다 세련되고 치밀하다.

영화의 생존력은 더 끈질기다. 오리지널 스타워즈에서 등장인물이나 스토리 일부를 변형하여 제작한 로그 원, 한 솔로 등 스핀오프 영화와 애니메이션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무려 15편 이상에 달한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에 맞서는 디즈니 플러스를 살리는 생명줄인 셈이다.

다스 베이더. 스타워즈 시리즈를 하나의 역사로 엮어주는 안타고니스트 주인공이다. 일본 중세 쇼군의 투구와 갑옷을 연상시키는 블랙 마스크와 블랙 망토, 가슴에 달린 호흡유지 장치에서 공명하는 거친 숨소리가 매혹적이다 못해 전 세계적 유행이 되었다. 미국 신규 바카라사이트 미식축구 최종 결승전에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벌어지는 로즈볼 퍼레이드에서 화이트 무장의 스톰 트루퍼스를 거느린 그의 위용은 영화처럼 압권이다. 지구촌 코스프레 이벤트에서 최상의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 중 하나다.

이러한 현실의 인기와는 달리 영화 속 다스 베이더의 세속적 삶은 비극적이다. 그의 본명은 아나킨 스카이워커. 그의 존재는 에피소드 3편에서 본격적으로 부각한다. 은하 공화국의 분열로 클론 전쟁이 시작된 이후다.

아나킨은 우주 영웅 제다이 임명을 기대했지만, 마스터 요다를 비롯한 기사단의 뜻하지 않는 결정에 좌절하고 반발한다. 절대적 힘을 보장한 어둠의 포스에 이끌린다. 임신한 아내 파드메와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했다. 갈등이 깊어진 스승 오비완과의 결투에서 극심한 부상을 입은 그는 악의 황제 덕분에 생명을 얻게 되고 위협적 외모와 야심적 성격을 지닌 우주 최악의 빌런으로 재탄생한다.

‘아임 유어 파더’. 스타워즈가 대중문화에 새긴 최고의 명대사다. 에피소드 4편에 처음 등장하는 루크는 제다이 기사 케노비에게서 제다이는 평화의 수호자이며, 자신이 제다이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펠콘호 선장 솔로의 도움으로 죽음의 별에 잡혀있는 공주를 구출하여 활약한다.

에피소드 5편 제국의 역습에서 제국군 총통 다스 베이더는 레아 공주가 이끄는 반란군을 진압하러 맹렬한 공격과 추격을 거듭한다. 루크는 오비완의 예언대로 요다를 찾아가서 제다이 훈련을 시작한다. 친구들이 고통받는 미래를 본 루크는 그들을 미끼로 우주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품은 다스 베이더와 대면한다. 치열한 결투 중 다스 베이더가 루크에게 던진 핵폭탄 선언, 아임 유어 파더! 가족을 위해 이블 파워가 된 아버지와 어둠의 악을 제거하려는 아들이 숙명적 원수가 되는 비정한 순간이다.

고스트 햄릿.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햄릿의 아버지다. 극의 중반까지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양념처럼 출현한다. 한밤중 불쑥 나타난 자신을 초자연적 유령이나 나약한 심신의 허상으로 여기는 아들에게 ‘아임 유어 파더’라고 설득한다.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폭로하며 아들의 복수심을 자극하고 행동을 부추긴다. 사라질 때마다 왕관과 아내와 목숨을 빼앗긴 자신의 비운을 ‘기억’하라고 다그친다. 당장 복수가 급하지만 우유부단한 아들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조국과 정순신. 언론을 인용하자면, 두 사람의 ‘아임 유어 파더’는 현대판 아빠찬스의 끝판왕이다. 자식의 환골탈태 갱생을 위해 불법과 불의를 스스로 선택한 무서운 빌런 격이다. 입시비리와 학폭소송, 비겁하고 저열한 개입이다. 그래서 법의 꾸짖음도 준엄하다. 더 글로리의 복수가 그리도 통쾌한 이유다.

오직 엘리트를 추종하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폐단,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 특권만 누리려는 그들의 부패와 해악이 언제쯤 사라질까.

아임 유어 저스티스, 아버지로서 올바른 자식을 위한 간절한 기도다. 그 포스가 항상 당신과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