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없는 바카라사이트의 힘
작업치료학과
김은성 교수

갑자기 차가워진 아침 공기에 출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한껏 움츠러졌다. 언제 가을이 왔느냐 싶게 성큼 다가온 겨울이 반갑기보다는 유독 짧아서 더 아쉬운 가을이 조금은 길게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요즘이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11월 일정을 확인하니 그새 올해 달력도 두 장밖에 남질 않았다. 늘 이맘때쯤이면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고, 올해는 또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을 더듬느라 괜히 넘겨진 달력들을 들추어 보게 된다. 빼곡한 일정으로 꽉 찬 어느 달은 어떻게 보냈었는지, 그에 비해 조금은 여유로워 보이는 어느 달은 빈칸만큼 삶의 여백이 있었는지 말이다. 달력의 숫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유난히 빽빽했던 필자의 10월은 ‘과연 이 일들을 내가 다 해낼 수 있을까’란 걱정과 의구심을 안고 시작했기에 지나온 날들이 더욱 귀했다.

눈앞이 깜깜했던 이달(月)의 시작이 금세 마지막 하루만을 남겨 놓은 것을 보자 문득, 시간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하루의 24분의 1이 되는 동안을 세는 단위,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시간의 어느 한 시점)

세상 모든 이들에게 유일하게 공평히 주어지는 선물. 이 유한한 시간은 늘 지나고 난 후에야 그 의미를 갖는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 막막함, 무력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기대감, 희망, 다짐도 갖게 한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 후회, 그리움과 더불어 뿌듯함, 성취감, 홀가분함도 맛볼 수 있다. 실제로 밀려오는 업무와 많은 일정에 비해 부족한 시간에 쫓긴채로 10월을 시작했던 필자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시간을 더 쪼개고, 잠을 좀 더 줄여가며 허투루 쓰였던 시간을 최대한 아껴 주어진 일들을 소화하다보니 어느새 10월의 끝자락에 서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계획한 일들은 모두 순조롭게 끝났다. 그제야 지나온 시간이 성취감을 드러냈다. 시간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인 것이 결국, 압박감을 내려놓고 일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이 ‘시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것의 흐르는 속도가 점점 더 빠르게 느껴지고 지나온 삶의 여정이 길어질수록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다양한 설정과 장르의 시간여행 영화나 드라마가 심심찮게 제작되고 80년대, 90년대 시대극은 물론, 그 시대를 대표했던 가수들을 찾아 무대를 꾸미는 프로그램들이 항상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학창 시절에 즐겨 들었던 음악을 40대, 50대가 되어 똑같이 재현된 무대를 통해 듣게 되었을 때,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르는 것은 음악이 주는 감동을 넘어 그 시절의 내가, 그리고 우리가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시간을 보낸 이에게는 그때를 회상하는 것조차 힘들겠지만 이것도 또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옛말에 “시간이 약이다”란 말이 그 힘을 이야기해준다. 이처럼 시간이 가진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대단하다. 하지만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 힘이 미치는 영향력이 두려움, 후회가 될 것인지, 희망, 추억이 될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10월의 달력을 넘기는 필자의 손끝에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으로 똘똘 뭉친 힘이 실린 것을 보니 나름 좋은 추억 하나를 만든 것 같다. 당장 오늘은 시간의 어떤 힘을 빌려 보낼 것인지, 그리고 올해의 남은 시간은 추억으로 만들것인지, 후회로 만들것인지는 여러분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