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행정학과
김용철 교수
우리의 소중한 삶의 터전인 광주·전남 지역이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쏟아진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TV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처참한 수해 현장은 이재민들은 물론 시도민들의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안겨 주었다. 내리는 비를 막을 방법이야 없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준비해 온 수많은 수해 피해 대책들이 제대로 기능과 역할을 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호우로 광주시의 경우 지난 7일(259.5㎜)과 8일(255.5㎜) 이틀 동안 연 강수량(1541㎜)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광주천이 범람 위기에 직면하고, 황룡강이 넘쳐 선운지구·평동산단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 지역은 섬진강 유역 제방이 붕괴돼 구례 등 인근 지역이 침수됐고 곡성 지역은 산사태로 인해 5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같은 피해는 기록적인 폭우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지만 대응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재난·재해 상황시 지금의 대응 체계는 한계가 있음이 입증됐다. 또한 현재 안전과 관련된 각종 제도와 기준들이 현장의 위험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점도 피해가 커진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산사태 위험 지역 선정 기준의 경우 현행 기준은 자연 산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펜션 건설 등을 위해 산지 전용이 허가된 지역은 제외됐다. 한데 이번 호우로 인해 위험 지역에서 제외된 지역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재난·재해 발생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한 사전 정보 공유의 부재 역시 피해 확대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재난·재해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거주하는 지역이 어떠한 재난·재해에 취약하고 비상시에 어떠한 경로로 어디에 있는 대피소까지 피난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위급 상황 시 주민들이 신속하게 피난 행동을 취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재난·재해로부터 도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시 기반 시설의 확충 및 정비로 재난·재해를 견뎌낼 수 있는 강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호우로 인한 침수, 산사태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하수도 정비 사업, 빗물 펌프장 및 저류조 증설, 사방댐의 설치, 제방 보의 보강 등 구조적 대책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둘째, 재난·재해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UN을 비롯한 다수의 국제 기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재해를 경고해 왔다. 향후 우리 지역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재난·재해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직시해 재난·재해 발생 특성 및 지역의 도시적 특성, 사회·경제적 변화 요소를 고려한 종합적인 지역 방재 계획, 지역 피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아울러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재난·재해 상황에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소방·방재 전문가 육성을 통해 현장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셋째, 안전과 관련된 제도와 기준들은 안전 최우선이라는 가치 아래 보다 현실성 있는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풍수해, 지진, 지진 해일, 산사태 등 다양한 재난·재해 종류별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해 위험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거주 및 건축물 신축 제한 등의 제도적인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해 종류별로 재해 지도(Hazard Map)를 작성해 공표·활용해야 한다. 재해 지도는 말 그대로 재해의 위험한 정도와 피난에 필요한 정보를 표시한 지도이다. 재해 지도를 활용한다면 홍수의 경우 거주 지역의 최대 침수심, 최대 침수 범위, 비상 시 대피소의 위치, 대피소까지의 피난 경로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 유사 시 주민들의 피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현상으로 발생하는 재난·재해에 대해 인간이 거주 및 생활의 안전성을 100%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도전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온 저력과 힘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광주·전남 지역 호우 피해는 커다란 상처를 남겼지만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 또한 현명하게 극복할 것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대대적인 방재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